기 · CHAPTER 02

회고 · 북쪽 나루의 점

열 해 전, 열아홉의 왕자가 북쪽 창고에 점을 찍고 여왕에게 불려 간다.

책으로 읽기

그 나루가 점 하나로만 있던 때, 왕자는 열아홉이었다.

말라바의 중심 도시 다샤푸라, 그곳의 궁전에는 비가 새는 방이 하나 있었다. 왕자는 그 방을 서고로 골랐다. 물이 떨어지는 곳마다 그릇을 놓고, 그릇을 비울 때마다 책장을 넘겼다. 신하들은 그가 나라의 지붕보다 책의 마른 모서리를 더 걱정한다고 수군거렸다.

므리날리니 여왕은 그 말을 듣지 않은 척했다. 남편이 죽은 뒤 열두 해 동안 그녀는 직접 국경의 봉화를 살피고 창고의 곡식을 세었다. 어린 아들을 무릎에 올려놓은 채 반역자들의 이름을 읽던 날도 있었다. 이제 아린드라은 열아홉이었다. 어머니의 무릎에 앉을 나이는 지났지만, 어머니가 정한 하루에서는 아직 내려오지 못했다.

“오늘도 훈련장에 가지 않았느냐.”

여왕이 들어왔을 때 아린드라은 해묵은 수로 장부를 보고 있었다. 그는 책을 덮지 않았다.

“북쪽 저수지가 예전보다 빨리 마릅니다.”

“물을 묻지 않았다.”

“물 없이는 군마도 못 움직입니다.”

맞는 말이었다. 그래서 여왕은 더 화가 났다. 아들이 맞는 말 뒤에 숨어 대답을 피한다고 생각했다.

창밖에서는 다라세나 장군의 군사들이 창을 맞추었다. 쇠붙이 부딪는 소리가 서가까지 닿았다. 아린드라은 그 소리가 잠깐 멎는 순간을 들었다. 사람 하나가 넘어지고, 누군가 웃다가, 장군의 고함에 다시 조용해졌다.

“칼을 다루지 못하는 왕은 남의 칼에 나라를 맡긴다.”

“칼을 다루는 것만 아는 왕도 그렇습니다.”

여왕은 손을 들었다가 내렸다. 왕에게 말했으면 불경한 대답이었다. 어머니에게 말했으면 아픈 대답이었다. 어느 쪽으로 처벌해야 할지 정할 수 없었다.

그때 문밖에서 서고지기의 딸 타라가 들어왔다. 젖은 책을 옮기던 그녀의 소매에는 검은 얼룩이 번져 있었다.

“왕자님, 북쪽 장부의 마지막 권입니다.”

여왕은 책 밑으로 삐져나온 작은 쪽지를 보았다. 낮은 성문, 빈 창고, 우물 여섯. 아린드라이 직접 그린 지도였다.

“누가 이것을 시켰느냐.”

“아무도요.”

그 말은 여왕에게 자랑처럼 들렸다. 그러나 아린드라에게는 부탁이었다. 한 번쯤은 시키지 않은 일을 보아 달라는 부탁.

여왕은 장부를 돌려주었다. 아린드라의 왼손 손바닥에는 굳은살이 있었다. 활을 당기는 자리와 닮았지만, 그녀는 책상 모서리에 쓸린 자국이라고 여겼다.

“내일 해 뜨기 전에 대전으로 와라.”

여왕이 나간 뒤 타라는 빗물을 받은 그릇을 비웠다.

“이번에는 무슨 벌입니까?”

아린드라은 대답 대신 지도에 작은 점을 찍었다. 북쪽 나루의 지붕이 없는 창고였다.

“모르겠어. 하지만 이곳은 사람이 자면 안 돼.”

그는 지도를 접어 다라세나 장군 앞으로 보내 달라고 했다. 타라는 왕자의 얼굴을 보았다. 장난도 자랑도 없었다. 책을 읽는 사람의 얼굴이라기보다, 아직 오지 않은 비를 기다리는 사람의 얼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