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 CHAPTER 01
전쟁 · 코끼리가 오는 밤
대국이 끝난 뒤 열 해, 북쪽 요새에 코끼리가 도착한다.
대국이 끝난 뒤 열 해가 지났다. 왕자가 지도에 찍어 두었던 북쪽 나루는 이제 적의 길이 되어 있었다.
말라바 북쪽 변경의 작은 요새에 처음 도착한 것은 군대가 아니라 먼지였다. 성루의 병사가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았을 때, 먼지 아래에서 둥근 등이 움직였다. 열두 마리의 코끼리가 간격을 두고 걸어오고 있었다.
후나계 군벌의 수장 바흐람은 북서쪽의 여러 세력이 다투는 동안 자기 군대를 모았다. 그의 진영에는 먼 초원에서 온 기병도, 오래전부터 인도에 살던 창병도 있었다. 빚 때문에 고용된 병사들이 다른 말로 욕을 하며 같은 물통을 돌렸다. 바흐람이 원하는 것은 여왕의 왕관보다 먼저 다샤푸라의 곡식과 통행세였다.
그는 포로로 잡은 관리에게 성문 앞에서 외치게 했다.
“문을 열면 목숨을 보전한다.”
성 안의 지휘관은 대답 대신 봉화를 올렸다. 바흐람은 더 기다리지 않았다.
첫 공격은 실패했다. 마른 해자에 박아 놓은 말뚝 때문에 코끼리가 멎었다. 성 위에서 돌이 떨어졌고, 한 기수가 어깨를 맞아 내려왔다. 바흐람의 공병들이 방패 아래로 들어가 말뚝을 뽑고 흙자루를 던졌다. 밤새 해자의 한 부분이 메워졌다.
새벽에는 북소리가 달라졌다. 맨 앞의 코끼리 이마에는 두꺼운 가죽 덮개가 씌워져 있었다. 등에 탄 궁수가 성 위를 향해 화살을 보냈다. 아래에서는 보병들이 젖은 가죽을 씌운 큰 방패를 들어 기수의 옆을 가렸다.
코끼리가 성문에 이마를 댔다. 처음에는 문이 버텼다. 두 번째 충격에 쇠고리가 나무 안으로 파고들었다. 세 번째에는 문 뒤의 받침목이 길게 갈라졌다.
성문을 지키던 병사는 손으로 나무를 밀었다. 자기 힘이 코끼리의 힘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손을 떼지 못했다.
문이 터졌을 때 소리는 오히려 짧았다.
깨진 문짝이 바닥을 쓸며 밀려왔다. 코끼리 발이 그 위를 밟았고, 뒤따르던 창병들이 좁은 틈으로 쏟아졌다. 성벽 한쪽에서는 비에 약해진 흙과 돌이 공병의 지렛대 아래 무너졌다. 큰 짐승의 어깨가 밀어 올린 먼지 속으로 깃발이 사라졌다.
도망친 전령은 사흘째 되는 밤 다샤푸라에 닿았다. 므리날리니는 젖은 망토도 벗지 않은 그를 의자에 앉혔다.
“얼마나 남았느냐.”
전령은 군사의 수를 말하려 했다. 여왕이 다시 물었다.
“성 안 사람들 말이다.”
그는 대답하지 못했다.
여왕은 아들에게 보낼 편지를 꺼냈다. 돌아오라고 쓰려다가 펜을 멈췄다. 자유를 약속했으니 소식을 숨겨야 하는가. 그것은 약속이 아니라 아들을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으로 남겨 두는 일이었다.
그녀는 요새가 함락되었다고 썼다. 적군의 규모와 진로, 아직 확인하지 못한 것까지 적었다.
‘네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 다오.’
그 뒤에는 명령을 덧붙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