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이 놓아준 한 수바다 건너의 두 판

결 · CHAPTER 19

바다 건너의 두 판

뉴욕의 선창에서 유럽의 체스와 이민자가 가져온 장기가 같은 도시에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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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 번째 세기 뉴욕의 선창에 책 상자가 내려졌다. 이네스가 살던 시대에서 다시 여러 세대가 지난 뒤였다. 작은 여왕의 이야기는 번역 선집 안에 들어 있었고, 옛 조판자의 이름은 사라졌다.

제본공 새뮤얼은 파손된 책을 수리하다 그 이야기를 읽었다. 그는 낮에 책을 묶고 밤에는 체스를 두었다. 자신이 유럽에서 배운 규칙이 이 도시에서도 통한다는 사실을 좋아했다. 언어가 서툴러도 말을 움직이면 한동안 대화할 수 있었다.

그가 책을 고치며 남긴 쪽지에는 ‘인도의 옛 장기 이야기’라는 말이 있었다. 훗날 그 쪽지를 읽은 사람은 미국에서 인도의 장기가 새 규칙으로 변했다고 오해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새뮤얼이 두던 것은 이미 유럽에서 건너온 체스였다. 이 도시에서 새로 시작된 것은 말의 걸음보다, 누가 누구와 앉을 수 있는가의 문제였다.

새뮤얼은 자기 딸 루스에게도 체스를 가르쳤다. 루스가 잘 두게 되자 대회에 나가고 싶다고 했다. 아버지는 대회장보다 학교가 먼저라고 답했다. 딸이 책을 펴면 장사를 배워야 한다고 했다. 무엇을 해도 먼저 해야 할 다른 일이 생겼다.

루스는 어느 날 제본 중인 책을 가리켰다.

“이 아들은 이겨서 나갔네요.”

“이야기잖니.”

“제가 이기면 저도 이야기인가요?”

새뮤얼은 답하지 못했다. 다음 주 그는 딸과 함께 동네 모임에 갔다. 몇몇 사람은 딸이 구경만 하는 줄 알았다. 루스는 자기 의자를 가져와 앉았다.

그로부터 한 세기 넘게 흐른 뒤, 새뮤얼의 수리 도장이 찍힌 책은 중고서점에서 한국계 이민자 지연에게 팔렸다. 지연의 아버지 해수는 뉴욕의 공원에서 장기를 두었다. 둥근 말이 부딪히는 소리가 바둑돌보다 낮았다.

지연은 체스 클럽의 아이들을 공원으로 데려왔다. 아이 하나가 포를 들고 물었다.

“이것도 룩처럼 가요?”

해수는 포가 움직이고 잡는 방식을 천천히 보였다. 이번에는 장기를 두던 사람들이 나이트의 걸음을 물었다. 규칙이 닮은 곳마다 웃음이 났고 다른 곳마다 손이 멈췄다.

“미국 장기는 이렇게 바뀐 거예요?”

아이가 두 판을 번갈아 보았다.

지연은 고개를 저었다.

“이건 장기고 저건 체스야. 여기서 둘 다 두는 거지.”

그날 그들은 새 규칙을 하나 만들었다. 한 판이 끝나면 자리를 바꾸어 다른 놀이를 배우기로 했다. 그 규칙에는 특별한 이름이 없었다.

해수는 체스의 여왕을 처음 움직이며 놀랐다.

“멀리도 가는구나.”

지연은 가방 속 책을 생각했다. 아직 읽지 못한 마지막 장이 오래전 인도 여왕의 편지라고 했다. 아버지에게 그 이야기를 읽어 주기로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