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이 놓아준 한 수다음 수를 고르는 사람

결 · CHAPTER 20

다음 수를 고르는 사람

여러 전승 사이에서, 오늘의 독자가 이 이야기의 다음 수를 고른다.

한 번에 펼쳐 읽기

지연은 여왕의 이름을 확인하려다가 여러 이름을 만났다. 어떤 전승에는 가브와 탈한드라는 두 왕자가 있었고, 죽은 아들의 운명을 어머니에게 보여 주려고 판을 만들었다고 했다. 다른 책에는 보상을 받은 현자와 쌀알 이야기가 실렸다. 자신이 가진 책의 여왕과 왕자는 그 어느 이름과도 정확히 맞지 않았다.

도서관에서 만난 연구자는 지연의 책을 조심스럽게 넘겼다.

“오래된 이야기라는 말과 실제로 일어났다는 말은 다릅니다.”

“그럼 이 여왕은 없었던 건가요?”

“이 책만으로는 있었다고 할 수 없어요. 없었다는 증명도 이 책의 몫은 아니고요. 우선 어느 문장이 언제 남았는지부터 보죠.”

지연은 그 답이 처음에는 답답했다. 하지만 사본들을 나란히 놓자 다른 것들이 보였다. 어떤 판본에서는 왕자가 혼자 적군을 무찔렀다. 다른 판본에는 공병과 기수의 이름이 남아 있었다. 한쪽에서는 어머니가 아들에게 명령했고, 다른 쪽에서는 소식을 보냈다.

지연은 아버지가 정해 준 전공을 그만두고 번역 일을 시작하려고 했다. 말을 꺼낼 때마다 아버지는 어떻게 먹고살 거냐고 물었다. 지연은 그 물음이 걱정이라는 것을 알았다. 걱정이 하루의 모든 선택을 대신할 때는 숨을 쉬기 어려웠다.

그녀는 처음으로 계획을 종이에 써서 가져갔다. 일을 구할 곳, 모아 둔 돈, 실패하면 다시 준비할 방법을 적었다. 여왕의 이야기만 읽어 드리고 허락을 얻을 생각은 버렸다.

해수는 종이를 두 번 읽었다.

“아빠가 반대해도 할 거냐?”

“네.”

딸의 목소리가 떨렸다. 아버지는 그 떨림을 듣고도 종이를 돌려주었다.

“그럼 돈이 떨어지기 전에 말해라.”

지연은 고개를 숙였다. 오래전 편지와 닮은 말이었지만, 아버지는 그 편지를 아직 읽지 않았다.

며칠 뒤 공원에서 그들은 장기를 두었다. 해수는 지연의 마를 잡았다. 지연은 한 수를 오래 생각하다 졸을 옮겼다. 아버지는 언제 일어나라는 말도, 왜 그렇게 두느냐는 말도 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와 지연은 흩어진 판본을 하나의 이야기로 옮기기 시작했다. 역사에서 빌린 지명과 창작한 사람을 구분해 적었다. 누락된 이름은 함부로 찾아냈다고 말하지 않았다. 대신 이름을 잃은 사람들이 했을 법한 일을 장면으로 되돌려 놓았다.

마지막 장면에서 므리날리니는 정원의 책을 덮었다.

아린드라가 찾아왔을 때 그녀는 아들에게 어느 신하를 멀리하라는 말도, 어느 국경을 먼저 보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 아들이 회의 이야기를 꺼내자 듣고, 의견을 묻자 자기 생각을 말했다.

“제가 다르게 하면 서운하시겠습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

여왕은 솔직하게 답했다.

“하지만 서운한 마음을 견디는 일은 내가 하마.”

나뭇잎 사이로 햇빛이 움직였다. 멀리서 새 성문을 다는 망치 소리가 들렸다. 코끼리 마탕가는 성 밖의 그늘에서 상처 난 발을 물에 담그고 있었다. 타라는 작업을 마친 사람들의 품삯을 장부에 적었다.

아린드라가 판을 꺼냈다. 므리날리니는 흰 말과 짙은 말 중 하나를 고르지 않고 아들 쪽으로 밀어 주었다.

“오늘은 네가 먼저 골라라.”

지연은 그 문장을 쓴 뒤 창을 열었다. 공원에서 장기말 놓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어느 판의 누가 이겼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원고의 마지막 줄을 비워 두었다. 다음 수는 책 밖의 사람이 고를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