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 CHAPTER 12

회고 · 성문 밖의 첫날

대국 이튿날 왕자가 성문을 나선다. 그날부터 열 해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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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의 이튿날, 왕자는 성문 밖으로 나갔다. 그날부터 열 해가 세기 시작했다.

아린드라은 금화가 든 상자보다 책 두 묶음을 먼저 수레에 실었다. 여왕은 출발을 늦추라고 하지 않았다. 날씨가 나쁘다는 말도, 북쪽 소식이 불온하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마부에게 차축을 확인시키고 물통을 하나 더 달게 했다.

타라는 여행 기록을 맡기로 했다. 왕자가 부탁하기 전에 여왕이 그녀를 불렀다.

“그 아이가 무엇을 하는지 내게 보고하라는 뜻이 아니다.”

여왕은 봉인하지 않은 편지를 내밀었다.

“아들이 읽은 뒤 보관해 다오.”

편지에는 다섯 줄뿐이었다. 몸을 아끼라는 말, 모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라는 말, 돌아올 날짜를 미리 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 마지막에는 왕자의 이름 대신 어릴 적 부르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성문에서는 다라세나가 기다렸다. 그는 왕자에게 장식 없는 검을 주었다.

“길에서는 네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 검보다 그걸 먼저 기억해라.”

아린드라은 검을 허리에 찼다. 타라는 이번에야 여왕이 그의 굳은살을 보았기를 바랐다. 그러나 여왕은 먼지 이는 길만 바라보았다.

수레가 성문을 지나자 아린드라은 뒤돌아보았다. 어머니는 작아졌고, 왕궁은 커졌다. 궁 안에서는 늘 어머니가 궁전보다 큰 사람처럼 느껴졌었다.

첫날 밤 그들은 객주에서 방을 얻지 못했다. 왕자의 봉인장을 꺼내면 주인이 제 방을 비워 줄 수 있었지만 아린드라은 마구간 옆에 자리를 폈다. 늙은 상인 바르다나이 그 곁에 앉았다.

“귀한 사람이 싸구려 잠을 자는군.”

“돈을 아끼려고요.”

“아끼는 돈이 네 돈인지 먼저 따져 보았느냐?”

아린드라이 입을 다물자 상인은 낡은 놀이판을 꺼냈다. 말이 몇 개 부족해서 돌멩이를 대신 썼다. 궁정의 말과 걸음이 조금 달랐다. 아린드라은 규칙부터 물었다.

“우리 고장에서는 코끼리가 이쪽으로 움직이네. 싫으면 안 둬도 좋고.”

“배우겠습니다.”

아린드라은 첫 판을 졌다. 바르다나은 그의 왕을 손바닥으로 가렸다.

“네가 아는 길로만 남도 움직일 줄 알았지?”

타라는 그 말을 적었다. 궁정에서 승리한 날보다 왕자가 오늘 더 많은 말을 했다는 것도 적었다.

새벽에 객주를 떠날 때 아린드라은 방값 대신 마구간 지붕 고치는 일을 도왔다. 어깨가 결렸고 책 읽을 시간이 줄었다. 그러나 수레에 오른 뒤 그는 수로 장부를 다시 펼쳤다. 장부 속의 하루 품삯이 전날보다 큰 숫자로 보였다.

바르다나은 서쪽으로, 왕자의 수레는 북동쪽으로 갈라졌다. 상인이 외쳤다.

“돌아오면 한 판 더 두세!”

아린드라은 손을 흔들었다. 누구도 그를 폐하라고 부르지 않는 길에서, 처음으로 자기 인사만큼의 크기로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