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이 놓아준 한 수전쟁 · 책에 없는 승리

전 · CHAPTER 11

전쟁 · 책에 없는 승리

판이라면 내줄 작은 말을, 왕자는 아이 앞에서 내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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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위에서 그는 작은 말을 내주지 않았다. 열 해 전 판이라면 내주었을 자리였다.

인질들이 무너진 벽 앞에서 멈췄다. 그들 뒤의 적군은 활을 들었지만, 앞의 말라바 군대도 길을 열지 않았다. 사이에 선 아이 하나가 울기 시작했다. 울음소리가 돌벽에 부딪혀 커졌다.

다라세나는 왕자에게 다가왔다.

“서문으로 나가는 기병을 놓치면 다시 싸워야 한다.”

아린드라는 그 사실을 알았다. 판이었다면 작은 말을 내주고 큰 말을 잡았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는 다음 판에 돌아오지 않았다.

“길을 엽니다.”

그는 직접 앞으로 나갔다. 방패병 둘이 따라왔다. 적의 궁수가 활을 더 당겼다. 왕자는 검을 칼집에 넣고 빈손을 들었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빈손은 보였다.

인질을 묶은 병사 하나가 주춤했다. 아린드라는 그를 향해 물통을 굴렸다. 시간이 길어졌다. 서문 밖에서는 말발굽 소리가 멀어졌다.

마침내 그 병사가 밧줄을 잘랐다. 다른 병사가 욕을 했지만 아이가 달려나오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말라바 방패병들이 사람들을 받아 뒤로 보냈다. 가장 늦게 나온 노인은 다리를 끌었다. 아린드라는 그를 부축하다 등 뒤에 둔한 충격을 받았다. 방패병이 막은 화살이었다.

요새 안의 병사들은 더 버티지 않았다. 바흐람이 떠난 뒤 남은 지휘관이 창을 내려놓았다. 곡식 자루와 물동이, 부상당한 짐승들이 공격군에게 넘어왔다.

왕자는 바흐람을 놓쳤다. 군사 몇몇이 그를 원망했다. 그는 변명하지 않았다. 치료소에 인질이 모두 들어갔는지 확인하고 나서 지도를 폈다.

바흐람의 기병이 갈 수 있는 길은 둘이었다. 북서쪽 큰길은 빠르지만 연합군이 지키고 있었다. 동쪽 고갯길은 좁고 물이 적었다. 아린드라는 포로로 잡았던 젊은 병사를 불렀다. 그 병사는 귀환길 이후 치료소 일을 돕고 있었다.

왕자는 지도 위에 물통을 놓고 손짓했다. 병사가 한곳을 가리켰다. 계절에 따라 마르는 우물이었다. 아린드라는 왕궁 장부에서 그 이름을 본 적이 있었다.

바흐람은 그 우물에 닿았을 때 말들이 먼저 지쳤다. 말라바 군대가 길을 막아 기다리고 있었다. 아린드라는 부대를 둘로 나누되 보이지 않는 곳으로 너무 멀리 보내지 않았다. 코끼리들은 전날 다쳐 후방에 남았고, 이번에는 보병의 방패와 기병의 측면 공격이 전장을 만들었다.

바흐람이 돌격했다. 왕자는 가장 단단한 가운데를 조금 물리고 양쪽의 길을 닫았다. 적의 선두가 안으로 들어온 뒤 뒤쪽의 말들이 서로 부딪쳤다. 다라세나의 기병이 옆을 쳤고, 말라바의 창병들이 더 좁은 길로 밀어냈다.

아린드라는 바흐람과 마주쳤다. 그는 상대의 첫 칼을 막고 두 번째에는 물러섰다. 다라세나에게 수백 번 맞았던 어깨를 이번에는 내주지 않았다. 왕자가 손목을 밀자 바흐람의 칼이 돌바닥에 떨어졌다.

전투는 그 한 번의 대결로 끝나지 않았다. 부대마다 무기를 버리는 데 한참이 걸렸다. 해가 기울 때야 고개가 조용해졌다.

타라가 왕자를 찾았을 때 그는 쓰러진 적군의 물통을 채우고 있었다. 그녀는 승전 기록을 펼쳤다.

“대승이라고 적어도 되겠습니까?”

“적어. 잡은 군사와 되찾은 요새도.”

그가 덧붙였다.

“우리 쪽 이름도 빼지 마.”

타라는 새 종이를 꺼냈다. 빈 종이를 준 스승의 뜻을 그제야 알 것 같았다.